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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첫 노동부장관 김영훈 후보자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노동부장관 후보자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 중인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주얼리분회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이정민


일산가물치


지난 24일,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 첫 출근을 하면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 중 한 노동자가 "여기 좀 봐주십시오!" 라고 외쳤다. 김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노동청 밖으로 나가 이 노동자와 만났고, 언론은 이를 '노동부장관 후보가STX분석
만난 1호 노동자'라며 조명했다. 그는 바로 주얼리 세공 노동자인, 금속노조 동부지역지회 김정봉 부지회장이다.

김정봉 부지회장은 28년간 주얼리 세공업에 종사한 노동자다. 2025년 1월, 설 연휴를 앞두고 해고통지를 받은 후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승소하였으나, 회사는 복직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폐업을 감행했다. 김 부온라인릴게임 먹튀 검증
지회장은 고용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아 '유령'으로 취급되는 주얼리 노동자의 현실과 부당해고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지난 6월 12일부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하는 중이다(관련 기사 : 무력한 노동법, 무관심한 노동부... 여기, 사람이 있습니다 https://omn.kr/2e8zn).
김영훈 장관 후보자와의 만남에 얽힌 이야기오션파라다이스
와 그가 장관 후보에게 미처 못다 한 이야기를 만나서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를 만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노동부에 대한 불신이 큰 상태였는데, 일말의 기대감이 좀 생기긴 했어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에게 주얼리 업계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저는 해고된 당사자라서 만날 아이밸류
수 없다며 면담을 거부했어요. 그래서 답답한 상황이었는데, 장관 후보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 어떻게 장관과의 만남을 시도하게 되었나요? 미리 정보를 알고 준비하신 것인지.
"장관 후보가 여기로 올 줄 몰랐고, 그 시간에 올 줄은 더 몰랐어요. 저희가 매일 4~5시에 노동청 앞에서 전태일평전 읽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기자들이 우르르 지나가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걸 보고 알게 되었고, '지금 무언가 해야 한다' 싶어서 피켓을 들고 무작정 갔죠. 제가 들어가니까 노동청 노사상생과 근로감독관이 저를 말리더라고요. 장관 경호원도 아니고 무슨 권한으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저는 간절했고, 그 마음을 전하고자 일단 여기 좀 봐달라고 외쳤습니다."
- 장관 후보와의 만남 이후, 변화된 상황이 있나요?
"오늘(6월 25일) 아침에 장관 후보가 농성장으로 왔고 2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동안 노동청 사람들은 아무도 만날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장관 후보자가 와서 무엇이 문제인지 듣고 갔다는 것이 참 다행이었죠.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 담당자도 같이 와서 이야기하셨어요."
- 장관 후보와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주얼리 산업의 문제점을 말씀드렸어요. 고용보험 미가입과 건강관리 문제를 주로 이야기했고요. 주얼리 노동자들은 늘 화공약품을 쓰는데 산업안전교육 받는 사람, 특수건강검진 받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 모든 것이 노동부의 역할인데 이제까지 하지 않았고,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주얼리 산업 전체를 조사할 수 없으면 종로 주얼리 거리의 일정 블록을 설정해서 문제를 파악해보는 것부터 해야 된다고 말씀드렸죠. 이에 대해 간부들과 상의해서, 어떻게 진행시켜야 할지 고민해보겠다고 하셨어요."

"주얼리 노동자 건강문제, 정말 심각"










▲ 주얼리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 주얼리 노동자들은 일하다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보석 세공을 위해 유독한 화공약품을 사용하며 폐질환 위험에 노출된다.


ⓒ 김정봉




-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한 지 오늘(6월 25일)로 13일째인데요. 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주얼리 노동자들의 문제는 단지 고용보험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고용보험을 가입해야 다른 것을 할 수 있어서 이것부터 이야기하게 된 것이고, 건강 문제가 정말 심각합니다. 1세대 주얼리 노동자들은 이미 진폐증을 많이 앓고 있어요. 노동조합이 주얼리 노동자 20여명과 같이 녹색병원에 검사 를 받으러 갔었는데, 여러 명이 심각한 폐질환 진단을 받았어요. 노동조합이 이대목동병원과 협약을 맺어서 4년째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종로에 건강검진버스가 와서 검진하도록 하고 있는데도, 주얼리 노동자 만 명 중에 검진 받는 사람이 200명, 전체의 2%도 안돼요.
이걸 모두 노동조합이 주도해서 하고 있는데, 정작 일해야 하는 노동부는 방관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산업안전보건공단 실태조사도 있었고, 주얼리 노동자에 대한 기사가 방송에도 여러 번 나오고, 신문 1면에도 실렸는데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노동청 앞에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천막을 안 치고 노숙농성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천막농성을 하려고 했는데. 경찰이 천막을 치기 전에 빼앗아 갔어요. 문제가 되면 구청에 이야기해서 계고장을 붙이고 철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천막을 치기도 전에 빼앗아 간 것은 문제가 있는 거죠.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법과 행정은 구멍이 숭숭 뚫려 제 역할을 못하는데, 투쟁하는 노동자에 대한 법은 철저하고 아주 재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국인들이 농성장 사진을 찍는 이유










▲ 노동청 앞 주얼리 노숙농성장 비가 올 때는 노동청 처마 밑으로 피하고,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노숙을 하며 더위, 벌레, 도시의 소음과 싸우고 있다.


ⓒ 김정봉




- 농성을 하는 동안 노동청의 반응은 어땠나요?

"노동청은 농성 시작할 때 한 번 만났고요. 일주일 후에 한 번 보자고 했지만 2주일 지나도 연락이 없어요. 매일 지나가면서 보일 텐데, 오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고 관심이 없는 거 같아요. 충격적인 일이 있었는데요. 저희가 노동청에 고용보험 미가입과 임금 축소 신고에 대한 진정을 넣었더니 직원들의 실제 급여와 재직기간을 알 수 없어서 해결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과정에서 사측이 제출한 자료를 통해 직원들의 급여가 얼마인지 확인 가능하다고, 노동청에 자료를 냈거든요. 그런데 노동청이 하는 말이, 그 자료에는 이름이 김O봉으로 되어 있어서,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으니까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수백명이어서 동명이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10명 좀 넘는 사업장에서 김O봉이 김정봉이라고 특정이 안된다는 게 이해가 안 됐어요. 그냥 노동청이 일할 마음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 농성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을 소개해주신다면?
"저희가 매일 오후 4~5시 1시간 동안 <전태일평전> 읽기를 하고 있는데요. 읽을수록 저희 상황과 1969년 전태일의 상황이 많이 겹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하는 우리 주장이 그 시대 전태일이 했던 요구와 비슷하기도 하고, 하필 노동청도 청계천이 흐르는 자리에 있고, 바로 옆에 전태일 기념관이 있고, 우리는 전태일재단이 기증해준 책을 읽고 있고요. 우리 설문조사도 그 시대와 같은 내용이니까요.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픈' 일 중에 하나가 지나가는 외국인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다는 건데요. 저희 농성장이 약간 예술적인 분위기인가봐요. 농성장에 무지개 깃발이랑 머리띠가 있고, 연대시민들이 바닥에 분필로 그려준 글귀와 그림들이 있고, 주얼리업체 대표가 버리고 간 폐기물이 보석 모양 조형물로 제작되어 있다 보니까, 외국인들이 와서 '혹시 이거 파티하는 거냐'고 물어보기도 해요."










▲ 주얼리 농성장에서 보석 조형물에 점등을 하는 김정봉 부지회장 파쇄물로 만든 보석 조형물, 바닥 그림과 글씨 덕분에 외국인들 눈에는 마치 ‘파티’처럼 보인다


ⓒ 청예




- 사용자가 서류를 파쇄하고 떠난 후, 그 파쇄물을 보석 조형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부당해고 구제신청했을 때, 회사 대표는 회사 운영에 관한 자료가 아무 것도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엄청난 분량의, 몇 년치인지 모르겠는 서류를 밤새 파쇄한 거죠. 왜 이렇게까지 밤새서 폐기했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업체가 얼마나 불법적으로 사업을 한 것인지... 그것을 눈에 보이게 남겨야겠다 싶어서 우리를 상징하는 파쇄물 보관함을 만들었어요. 이 조형물은 앞으로도 어디를 가든 계속 들고 다닐 생각이에요. 매출과 거래내역, 4대보험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주얼리 업계와 그로 인해 노동자들이 재직증빙, 소득증빙이 안되는 것을 상징하는 조형물입니다."
- 부당해고 투쟁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사장에게 '임금 명세서를 왜 안 주냐, 이건 돈 드는 것도 아닌데 근로기준법을 왜 안 지키냐'고 물으니까, 사장이 하는 말이 '노조는 꽁초도 안 버리고, 무단횡단도 안 하냐'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근로기준법을 안 지키는 걸 일상의 소소한 위반행위와 같은 걸로 취급하고 어떻게 모든 걸 다 지키면서 사냐고 한 거죠. 노동자와 노동법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 것인지, 노골적인 인식이 드러나는 이야기였는데요, 그걸 이번에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에도 비슷하게 써놨더라고요. '김정봉이 노동청에 노동법 위반으로 진정을 해서 사업주가 너무 힘들다'고. 그 장면이 계속 기억에 남아요."
- 해고 이후 가장 화가 나거나 답답한 것은 무엇인가요?
"해고 되면서 처음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해봤어요.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데, 제가 서류를 준비하면서 30분 동안 멍하게 앉아있었어요. 저는 이 일을 28년간 쉬지 않고 했는데.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기간은 노조를 만들어서 고용보험에 가입했던, 단 5년 밖에 없었던 거예요. 나는 40살까지 뭐 했는지 증명할 수 없고... 무엇을 써야 하나 하는 허탈함, 상실감에 너무 씁쓸했어요. 저 말고도 많은 주얼리 노동자들이 앞으로 이 감정을 고스란히 겪겠구나 생각이 들었고요. 직원 수, 임금 신고액을 줄이면 업체 세금은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노동자들은 삶이 망가져요. 계좌에 월급 받는 것이 찍히지 않고 현금으로 받으니까 대출도 못 받아요. 심지어 제3금융권, 대부업체조차도 저희는 대출을 안 해준다고 해요. 그냥 있는 법을 지키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힘들 일인가,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 복직 명령을 받았지만 돌아갈 사업장이 사라졌는데, 이후 어떻게 지낼 계획인가요?
"지금 현재 상황은 머리와 가슴이 따로 달리는 경주마 같은 느낌이에요. 주얼리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일념 때문에 다른 것은 부차적인 일이 되었는데요. 솔직히 개인적인 삶과 미래에 대해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직장이 없어진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28년 동안 제가 해온 이 일 자체를 다시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죠. 주얼리 노동자들이 면접을 볼 때, 사업주들이 '혹시 김정봉을 아냐'고 물어본다고 하더라고요. 노조 활동을 하는 사람인지 검증하는 상황까지 간 상태에서, 나는 이 투쟁 이후에 뭘 하지 생각하면 고민되긴 해요. 그러나 아직 시간이 없어서 깊게 고민하진 못하고 있고요. 경주마처럼, 일단 이 일을 해결하고 나서 고민해야겠다는 생각 중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집회 할 수 있는 건 말벌동지들 덕분"
- 아이들이 아직 어린데,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어제도 주얼리 투쟁 기사를 배우자가 보더니, '우리 정봉이 뭐가 되려고 그러나'하더라고요. 그렇게 농담처럼 가볍게 던져주는 말이 기운이 나고, 많이 고맙고 미안하죠.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파요. 애들이 지금 12살, 13살인데 제가 8년째 노조 생활 중이니 애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활동을 한 건데요. 얼마 전 집에 잠깐 가서 만난 딸이 툭 던진 말이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집에 24시간을 안 있네' 하고 지나가더라고요. 이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버리는 게 참... (김정봉 부지회장은 이후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 투쟁은 언제까지, 어떻게 하게 될까요?
"더 이상 유령으로 있을 순 없다는 확고한 결심으로 시작한 투쟁입니다. 저희가 노동부에 요구하는 근로감독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는 것을 확인하면 지금 하는 농성은 끝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러면 다시 종로로 넘어가서,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 주얼리 산업에 대한 투쟁을 시작하겠죠. 그 투쟁은, 언제 끝날지 몰라요."
- 투쟁하면서 가장 힘이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연대해주는 동지들, 조합원, 함께노동 같은 노동단체의 여러 동지들이에요. 특히 말벌 동지들(연대시민)이요. 주얼리가 사업장이 작은 만큼 조합원 수도 적을 수밖에 없고. 각자 다른 사업장에서 일해서 일치되는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집회를 할 수 있고 평전읽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연대시민 덕분입니다. 어제 장관 후보를 만난 상황이 연출된 것도 연대시민들이 전태일 평전을 읽어주던 와중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다같이 가서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거예요. 너무 고마웠습니다."
- 스스로 이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주얼리는 내 첫 직장이었고, 평생 했던 직장이고, 일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어요. 내가 좋아하던 일이기 때문에 바꿔야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된 거예요. 한 번도 쉰 적 없던 노동절을 다같이 쉬게 만들고, 사람들이 어려운 일을 겪으면 노조를 찾아오는 경험도 하면서 느낀 게 많았어요. 20년 동안 유지되어온 말도 안되는 노동환경이었는데, 지난 8년간 노동조합을 하면서 바뀐 게 더 많았어요. 그렇다면 언젠가 바꿀 수 있다라는, 희망과 기대와 목표가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 노동청은 들어라! <전태일 평전> 읽기 비가 오는 날에도 전태일 평전 읽기는 연대시민들의 힘으로 계속 될 수 있었다


ⓒ 김정봉